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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오른쪽)과 오니시 유키히코 SMCC 사장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SMCC 사옥에서 진행된 AI 소프트웨어 수출 조인식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
현대카드는 독자개발한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UNIVERSE)'를 최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와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17일 밝혔다.
정확한 계약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수백억원대로 전해졌다. 금융사가 AI 소프트웨어를 해외로 수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며, 수출 금액 역시 단일 소프트웨어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취임해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카드 실적 개선을 이끌어온 정태영 대표이사가 2015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면서 내세웠던 '디지털 현대카드 선언'이 이번 AI 소프트웨어 수출로 9년 만에 현실화된 셈이다.
이로써 현대카드는 독자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과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대한민국 첫 번째 금융사라는 타이틀을 쥐게 됐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Customer Super-Personalization AI)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기팅(Targeting, 전체 시장을 세분화한 뒤 하나 혹은 여러 소비자 집단을 목표시장으로 선정하는 마케팅 전략 과정)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SMCC는 유니버스를 도입해 회원 개개인의 취향, 결제 패턴, 라이프 스타일 등에 최적화된 경험 가치를 높이고, AI와 데이터 사이언스에 기반한 세밀한 타기팅을 통한 가맹점 판촉 고도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여신 업무, 고객 상담, 부정사용 감지 등 전사적인 영역에 현대카드가 개발한 유니버스의 AI를 도입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현대카드의 수출은 대표적인 경제 대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은 기술 도입 과정에서 깐깐한 검증을 거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기술력이 부족한 소형 금융사가 아닌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 최대 신용카드사 중 하나인 SMCC 선택을 받은 점에서 높아진 현대카드 위상이 입증됐다.
SMCC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일본 금융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리딩 기업이다. SMCC는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현대카드와 기술 실증(PoC·Proof of Concept)을 진행하는 등 엄격한 검증 끝에 유니버스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까다로운 일본 시장의 검증을 통과한 덕택에 현대카드 기술 수출 시장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SMCC가 속한 일본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SMFG) 산하 타 계열사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금융사가 유니버스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은 또 대한민국 금융사 중 첫 번째 '업의 전환'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는 지금까지 전통 금융사들이 해온 금융 서비스를 통한 해외 진출을 넘어 AI 소프트웨어의 대규모 수출을 통해 그동안 추진해 온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10년간 데이터 사이언스 및 AI 역량 강화에 집중하며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디지털화를 선도해 왔다.
그 결과 독자 기술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수출까지 한 대한민국 최초의 금융사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SMCC 관계자는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및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사들이 진행해 온 전통 금융사업 및 금융 시스템 등을 통한 해외 진출이 아닌 테크 기반의 해외 진출이라는 점 및 전통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업의 전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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