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꿈꿔온 종합에너지 회사 실현 및 국가경제에 기여"
자산 100조 규모 아태 최대 민간 에너지社…11월 1일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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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 E&S와의 합병이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한층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전기차 캐즘과 전력수요 급증 등 시장이 급변하면서 고객사로부터 넷제로, 토털 솔루션을 요구받게 된 현실을 감안했다. 이 같은 고민은 올해 초부터 각사 이사회와 논의해왔다. 박 사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합병을 추진했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방안 중 하나다. 합병회사는 석유, LNG에서부터 수소, SMR까지 미래 에너지는 물론 배터리, ESS 등 전기화(Electrification)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한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박 사장은 "SK가 4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종합 에너지 회사를 실현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은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고, 새로운 국가 핵심 산업인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은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조직이 가진 결집력과 역량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SK E&S의 사업 운영 체제, 의사 결정 구조에는 변화없이 책임경영이 유지된다. 박상규 사장은 "상당 기간은 현재 조직이 시너지를 내고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합병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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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 경영진이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사진=소미연 기자 |
양사의 합병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등 급변하는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로 출발해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으며, 전기차 배터리, SMR(소형모듈형원자로),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에너지 회사다.
SK E&S는 199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돼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래, 전 세계를 무대로 LNG 밸류체인을 완성하며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도시가스를 비롯해 저탄소 LNG 밸류체인,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솔루션의 4대 핵심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린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각자의 사업영역에서 국내 1위 사업자로 성장한 뒤 다시 결합해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위치를 굳힌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의 의미가 있다. 외형적 성장 외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게 된다.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ESS, 수소, 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Energy Source)과 에너지 캐리어 및 에너지 솔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 구축하게 돼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도 최근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전반의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다.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합병 전 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도 강화하게 된다. 특히 합병회사는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된다. 과거 10년의 세전이익 변동폭을 분석한 결과, 합병회사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전기화 사업에서 자산과 역량을 통합하게 된 합병회사는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이 강화된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를 공동 활용으로 운영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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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전후 재무구조 변화. 사진=SK이노베이션 |
양사가 추진해온 전기화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왔다. SK E&S는 재생에너지, 구역 전기사업 등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에 따라 합병회사는 양사가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양사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이 목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Total Energy & Solution Company'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 E&S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이 목표다. 이에 앞서 내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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