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형제' 주총 앞두고 고발전…한미약품 "권한 남용"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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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사이언스 |
오너가 모녀와 형제 간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발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도 모자라 날선 공방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보다 진한 피'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외 그룹사 고위임원 3인,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피고발인 5인은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고발 내용은 부적절한 거래를 통한 회사 자금 유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불필요한 임대차계약을 통한 자금 유출 등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라데팡스는 같은날 한미사이언스 지분 3.7%를 취득했다. 모녀(약 117만주)와 한미약품그룹의 가현문화재단(132만1831주)이 각각 소유한 주식을 킬링턴 유한회사에 일부 매도했다. 킬링턴은 라데팡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모녀는 상속세 납부 목적의 대출을 갚기 위해 관련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은 당초 경영권에서 우위에 섰던 모녀에 반기를 든 '형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다툼이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초모녀가 그룹을 운영하며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했지만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형제와의 표 대결에 밀려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넘겨줬다.
그러면서 상속세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양측의 갈등은 잠시 봉합됐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타계로 발생된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중 절반이 남은 상태였고, 가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또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임 선대 회장의 고향 후배로 알려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모녀가 '3자 연합'를 구성,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형제 측을 압박했다. 이에 형제는 현 경영체제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며, 주주들로부터 정당하게 위임받은 경영권을 사수하겠다고 맞섰다.
이들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 선임 등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상정된 주요 안건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의 건, 신 회장·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앞서 지난 13일 형제 측근인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송 회장과 박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한미약품이 적법한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 및 지시에 따라 3년간 가현문화재단에 약 120억원 상당을 기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어 한미사이언스가 15일 신 회장·송 회장·임 부회장 중심의 3자 연합을 고발했다.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하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형제 측의 잇따른 고발 조치는 모녀 측에 부정한 의혹을 제기해 경영권을 유지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인 동시에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소 수세에 몰린 한미약품의 입장은 단호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측은 "정적 제거를 목적으로 경영권 권한을 남용해 한미약품 경영진을 무차별 고발하고 있다"며 "흔들림 없이 대처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CWN 손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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