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쌍용건설 등도 KT와 대척, 법적대응 비화 조짐
건설사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상 불가피” 한목소리
KT측 ‘계약사 특약’ 근거로 인상 거부…향후 입장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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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쌍용건설 직원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
[CWN 최한결 기자] KT가 발주한 주요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았지만 발주처가 ‘계약서 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계약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시공을 맡아 공사를 진행 중인 롯데건설은 발주처인 KT에 1000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이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 협상이 잘 될 것으로 봤으나, 내년 준공을 앞두고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KT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공사비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자양 1구역 정비 사업은 KT가 보유하고 있던 구 전화국 부지 일대 50만5178㎡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공동주택 1063가구(임대아파트·오피스텔 포함) 및 호텔(150실), 판매시설과 함께 광진구청사, 광진구의회, 광진구보건소 등 공공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해당 사업지에 들어서는 최고 48층, 총 1063가구 규모의 대단지 ‘구의역 롯데 이스트폴’은 지난해 8월 1순위 청약 당시 4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리고, 약 한 달 만에 일반분양 물량 631가구의 계약이 100% 완료되는 등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내년 준공을 앞두고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롯데건설은 지속적으로 KT 측에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계약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 원가가 크게 오른 게 화근이다. 롯데건설 측은 공사비 상승분을 두고 “일반적이지 않은 공사비 급등 상황에선 협의하는 게 맞다”며 증액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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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
하지만 KT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보는 표준건축비 인상 등 공사원가 현실화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 기조와도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KT가 발주한 또 다른 현장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증액 300억원),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171억원), 한신공영은 부산 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140억원) 등을 맡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건설은 여러 차례 협상 요청에도 KT가 응하지 않자 지난해 10월부터 KT 사옥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일부 하도급 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준공을 했을 당시 171억 정도 손해를 본 상황이었다. 수차례 공문까지 보냈다. 그런데 KT 측에서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반영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며 “지난해 10월 말에 KT 판교 사옥 앞에서 시위를 했고 이어 2차 시위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3월 초에 2차 시위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KT 측에서 ‘내부 검토할테니 휴일 시위는 중단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시위는 무산됐다”며 “지금은 KT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건설분쟁조정위원회 결과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쌍용건설 측이 밝힌대로 KT 측은 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정부도 건설사들이 공공·민간 공사에서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작년 1월 6년 만에 표준건축비를 9.8% 인상해 공사비 현실화에 나선 데 이어 건설분쟁조정위원회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중재에 힘쓰고 있다.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시끌하지만 KT는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지난해 해당 사업장에 포함된 임대주택을 서울시에 매각할 때는 표준건축비 인상분을 반영해 기존 예상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했지만 정작 시공사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 다만 KT는 시공사와 원만한 타결을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상생협력이 가능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KT 같은 공공기관들은 물가 인상 배제 특약이라는 조항을 둔다. 통상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할 거 없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원자재 원가가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러전쟁, 레미콘 파동, 노조 파동 등이 원인으로 누적돼오다 (이 문제가) 터진 것이다. 융통성이 없는 특약 조건도 이를 부추긴 것으로 본다”며 “현재 우리 업체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도 예의주시 중”이라고 귀띔했다.
CWN은 KT 측 답변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건설사들 모두 “KT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과연 원만히 타결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CWN 최한결 기자
hanbest0615@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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