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금감원 심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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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게 재편 핵심인데, 이를 두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분당 두산타워. 사진=두산 |
[CWN 소미연 기자] 두산그룹이 정면돌파를 택했다. 사업 재편안을 둘러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여전하지만 쟁점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주식 교환 비율을 기존대로 유지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한번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현행법상 투자자 50명 이상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거나 기존에 발행한 주식을 매도할 경우 발행회사가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를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두산은 지난달 15일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이달 6일 정정신고서를 냈다.
이번 재편안의 핵심은 그룹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정립하고, 부문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열사 위치를 사업 성격에 맞는 부문 아래로 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부문은 스마트 머신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사업적으로 결합한다. 이를 위해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이후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품은 신설법인과 합병한 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합병할 방침이다. 이른바 흡수 합병이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해 준다는 게 두산의 계산법이다. 소액주주들은 반발했다. 매해 1조원대 이익을 내는 알짜기업 두산밥캣의 주식은 저평가되고,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은 고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주주 이익은 침해받지만,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산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두산이다. 지난 3월 31일 기준 그룹 오너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두산 지분은 39.95%다.
금융당국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두산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도 지배주주 우선 경영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서 비롯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정신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부족했다고 생각한 구조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내용이 부족하면 정정 요구를 다시 할 계획이다.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게 이 원장의 방침이다.
두산을 겨냥한 이 원장의 작심 발언은 사실상 합병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이 원장은 "당국 내에서도 합의가 된 상황"이라며 까다로운 심사를 예고했다. 앞서 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시하는 기업 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의 합병 추진을 에둘러 비판했다는데 재계의 이견이 없다.
두산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장사의 수익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한 만큼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사업 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신기술 확보와 적시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한 현금 및 추가 차입 여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개편을 통해 마련되는 차입금 감소분(7000억원), 현금(5000억원)을 통해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 합병 효과를 피력했다. 북미·유럽 내 고객 거점이 30배 이상 늘어나고,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기점은 내달 25일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이날 두산밥캣을 떼내는 분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재편 핵심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도 무산된다. 두산은 남은 기간 동안 주주들을 적극 설득할 계획이다. 국민연금(6.78%)과 소액주주(63.40%)들이 결집하면 최대주주인 두산(30.39%)도 밀어부치기 어려워진다. 사업 재편을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두산에너빌리티 매수 한도인 6000억원을 초과하면 이사회를 통한 계약 변경 또는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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