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신동주가 저격한 '경영 능력' 입증 과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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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정보통신 |
[CWN 소미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언론에 알려진 해외 출장만 3차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데 이어 이달 미국 시카고와 독일 뮌헨에서 각각 롯데호텔앤리조트의 'L7 시카고 바이 롯데' 개관 행사,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았다. 신 회장과 동행하며 공개 석상에 나타났던 이전과 달리 독자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신 전무의 경영 수업이 활발해지면서 롯데의 승계 기틀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오는 26일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다. 신 전무가 2020년 롯데홀딩스에 입사한 이래 사내이사 후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롯데홀딩스가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신 전무가 지분 확보를 포함해 영향력을 넓혀가야 하는 중요 회사다. 앞서 신 전무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지분을 이달 처음으로 확보했다.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각 계열사로 이어진다. 광윤사 지분 38.98%를 보유한 신 회장은 2020년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하며 일본 롯데 경영권을 장악했다. 한일 롯데 통합경영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으로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을 희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게 목표다. 다만 경영권 분쟁, 코로나19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상장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현시점에선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상위 지주사 롯데홀딩스가 승계 핵심 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신 전무가 롯데홀딩스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회사 주요 임원으로서 책임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현인 동시에 유력한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승계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또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다. 신 회장의 친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신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경영 복귀를 위한 이사 선임, 신 회장의 이사 해임을 주장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광윤사의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에서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 구도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신동주 회장의 복귀 시도가 있었지만 표대결에서 모두 신 회장이 승리했다. 이번에도 신동주 회장의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다만 이번 주총으로 신 전무의 과제가 무거워졌다는데 이견이 없다.
신 전무는 올해 병역 이슈를 털어내면서 국적 회복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올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승계 관건으로 꼽혔던 지분 매입도 시작했다. 롯데지주 지분 0.01%를 확보해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특수관계인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과제는 경영 능력 입증이다. 신 전무의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안을 반대한 신동주 회장도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결국 승계 속도를 좌우할 핵심 키는 신 전무가 가진 셈이다.
신 전무의 광폭 행보는 예견된 수순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이 미래성장실을 총괄하는 신 전무의 책무다. 특히 그룹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테마 신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바이오 사업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했고, 뉴라이프 플랫폼의 핵심 키워드인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는 신 전무의 최대 화두로 알려졌다. 성과 내기는 이제부터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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