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 농후…소프트뱅크 손잡은 이해진 선택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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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건물.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네이버가 라인야후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 현지 파트너사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의 지주회사 A홀딩스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일련의 과정들이 일본 정부의 '탈(脫)네이버' 압박에 못이겨 라인 경영권을 팔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뒷말이 무성하다.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2011년 자회사 NHN재팬을 통해 출시한 일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라인'의 운영사다. 최대주주는 2021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A홀딩스다. 네이버는 2019년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을 선언한 뒤 100% 자회사였던 라인 지분 절반을 넘겼다. 이로써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A홀딩스를 통해 공동 경영하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사업은 성공적으로 평가됐다. 일본 현지에서 라인 사용자 수가 9700만명(1분기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에 달하며 이른바 '국민 메신저'로 불렸다. 일본에서는 경쟁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을 넘어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까지 시장 진출을 노렸다. 때문에 라인 사업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대표 성공 사례로도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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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가 2019년 7월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찬 겸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그해 11월 두 기업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일본 포털업체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
정부를 등에 업은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는 실적발표를 통해 네이버와 결별을 공식화했다. 라인야후는 지난 8일 네이버와의 위탁관계 순차적 종료와 기술독립 추진 방침을 알리면서 네이버 출신 신중호 CPO(최고제품책임자)를 이사회에서 제외했다. 이튿날 소프트뱅크는 7월 초를 목표로 네이버와의 지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의 입장 표명이 나오고서야 네이버도 입을 뗐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일본 기업에 뒷통수를 맞았다는데 분개하면서도 네이버가 사태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전례 없던 공동 경영 카드를 제시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판단 착오라는 지적이다. 50대 50 지분율이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안전장치 없이 3대 4로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경영상의 결정권마저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의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너무 믿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현재 네이버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지분을 팔거나 버티기다. 우리 정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일본 총무성에 유감을 표시하고 "부당 조치 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순순히 경영권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일 외교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데 양국의 부담 역시 크다. 만약 지분을 매각한다면 얼마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소프트뱅크의 재무적 상황까지 감안하면 일부 지분 매각으로 대주주에서 2대 주주로 내려오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A홀딩스의 라인야후 지분율은 64.5%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보유 지분율은 약 32.3%로 집계된다.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8조원대 수준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여지면 10조원 이상이 가치를 가질 것으로 추산된다. 협상 의지는 결국 이 의장의 판단에 따르게 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와 공동 경영을 결정한 그가 결자해지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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