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허락된 사회다. 미끄럼틀과 그네, 모래사장 위에서 아이들은 넘어지고 일어나며 세상을 배운다. 그러나 그 배움의 공간이 여전히 ‘위험지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안전 감수성을 묻는 질문이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의 바닥재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고무칩이면 안전한가
대부분의 공공 놀이터에는 고무칩, 탄성포장재, 모래 등이 깔려 있다. 외형만 보면 안전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충격 흡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설치 후 시간이 지나면서 경화돼 제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비가 오면 미끄럽고, 여름엔 뜨겁게 달아오르며, 겨울엔 딱딱해진다.
문제는 관리다. 바닥재는 설치보다 유지·보수가 훨씬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지자체는 예산을 이유로 점검을 형식화하거나 민원 발생 이후에야 움직인다. 안전은 사후 대응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사고 이후에야 움직이는 행정으로 발생하는 놀이터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측 가능했지만 방치된 위험”에서 발생한다. 시설물 높이에 비해 바닥재 두께가 부족하거나, 파손된 탄성포장을 그대로 방치한 사례는 흔하다. 그럼에도 행정의 언어는 늘 같다. “기준은 충족했다”, “정기 점검을 실시했다.”
아이에게 기준 충족은 중요하지 않다. 다치지 않는가, 다쳤을 때 최소한으로 보호받는가가 전부다. 어린이 안전을 ‘시설 관리’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순간, 복지는 행정 서류 속 문장이 된다.
놀이터는 복지다
어린이 놀이터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이는 아동 안전권과 놀이권이 교차하는 복지 공간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놀이와 휴식을 권리로 규정한다. 권리라면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단지 설치 예산을 책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바닥재의 재질과 내구성 검증 ▲연령별 시설에 맞는 충격 흡수 기준 적용 ▲상시 점검과 교체 주기 명문화 ▲사고 발생 시 투명한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모든 것이 안전복지의 일부다.
가장 약한 존재를 기준으로 도시는 늘 가장 약한 존재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아이가 안전한 도시는 노인도, 장애인도 안전하다. 놀이터 바닥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은 위험을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어른들이 계산해야 한다. 예산의 효율이 아니라 안전의 우선순위를. 놀이터 바닥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의지와 복지의 철학 문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바닥. 그것이 아동 안전복지의 가장 낮고도 가장 중요한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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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혁 (주)토립 대표이사
前 JC 양주회장
前 고려대 정책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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