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나홀로 약진…단독공장 설립안 검토 길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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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배터리 3공장(사진)이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사진=얼티엄셀즈 |
[CWN 소미연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지만 잇따른 대외 변수로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 전기차 캐즘,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다. 결국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판단이다. 이미 초읽기엔 들어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의 완공 및 양산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얼티엄셀즈(합작법인)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 준공해 내년 초 가동이 목표였지만 최근 속도 조절을 택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완전 중단이나 철수는 아니라면서도 건설 재개 시점에 대해선 '미정'으로 밝혔다. 업황 추이에 맞춘 탄력적 운영으로 시장을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공격적 확장 보다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김동명 사장의 경영 방침이 반영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4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업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가며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가속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별 투자 유연성·효율성 제고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낭비 요인은 없는지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역시 속도 조절 차원이다. 회사 측은 "애리조나 공장이 향후 북미 ESS 사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계획된 투자 실행 속도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조정하고 운영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SK온도 속도 조절을 택했다. 포드와 켄터키주에 짓고 있는 블루오벌SK(합작법인) 2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대신 내년 양산을 예고한 테네시주 공장과 켄터키주 1공장은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로써 포드의 전기차 출시 연기와 별개로 약 8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양사는 당초 합작법인을 통해 테네시주 1개, 켄터키주 2개 공장을 건설, 총 127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강조해 온 삼성SDI는 캐즘 위기 속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 스텔란티스, GM과 손잡고 인디애나주에 총합 100GWh 규모에 달하는 3개 공장을 짓고 있는데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의 경우 조기 가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와 사뭇 다른 행보다. 뿐만 아니다. 북미 지역 단독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투자 계획은 연내 발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이 오는 11월 열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폐기를 공언한 상태다. 대선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IRA 정책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모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6000억원대 수혜를 받기도 했다.
보릿고개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향후 북미 사업 추진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업계에서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점에서 IRA가 무력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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