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암흑기 탈출, 연간 수주 '10조 시대'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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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체코 플젠 시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
[CWN 소미연 기자] 대한민국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팀코리아를 이끈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 측의 최종 계약이 남았지만 사실상 수주가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두코바니 2기 건설이 결정되면 차후 진행될 테멜린 수주전에서도 우선 협상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 성공이 '2+a'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우선 확정된 2기 건설 예상 사업비만 약 24조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이다.
숨은 공신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정부 및 금융기관, 업계 주요 인사들에게 두산의 성공 경험을 피력하고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다.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핵심 기자재 공급을 담당했던 두산중공업 후신이 바로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의 원자력·가스터빈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담당하는 클린에너지 부문 계열사로, 이번 수주전에서 팀코리아 일원으로 참여했다. 박 회장을 필두로 그룹 차원의 전방위 수주 지원을 펼친 전략이 주효했다는데 업계 이견이 없다.
체코 원전 수주의 최대 수혜 기업 역시 두산에너빌리티가 될 전망이다. 예상 사업비 24조원 가운데 8조원 이상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몫으로 계산된다. 원전로,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할 뿐 아니라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도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맡는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보유한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전수해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수주로 본격적인 원전 사업 확대에 포문을 열겠다는 각오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럽은 원전 산업의 미래 시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자립'이 국가 안보로 직결된다는 점을 확인한 뒤 기존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체코 외에도 현재 폴란드(패트누브 프로젝트)와 네덜란드(보르셀 프로젝트)에서 사업자 선정에 나선 상태이고, 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스웨덴·핀란드 등에서도 원전 건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5년부터 수주액 연평균 10조원 이상, 2028년 12조9000억원 달성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목표다. 해외 수주 전성기를 맞았던 2010년 초반 수준으로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도약은 박 회장의 '뚝심 경영'으로 설명된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탈원전 타격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면서 두산그룹은 2020년 3월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 여파로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등을 매각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당시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지키기'는 치열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 졸업하는데 성공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새 출발의 의미다.
따라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원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박 회장의 결단과 승부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수주 낭보가 전해진 지난 17일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코리아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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