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시장 노린다" 내년 HBM4 출시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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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HBM 공급 관련 엔비디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는 대만 언론 보도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울고 웃는 모습이다.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던 주가가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에 조건부로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등했다. 29일 기준 5만9600원으로 전일 대비 2.58% 올랐다. 전날(3.94%)에 이어 연이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6만전자' 회복에 기대가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역시 호황을 맞았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납품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는 도리어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조건부'를 떼고 엔비디아의 정식 공급망에 합류해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AI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받고 있다. 1년 전부터 통과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아직까지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일찌감치 합류해 HBM 시장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HBM3E 8단은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고, 12단도 지난달부터 양산에 돌입해 연내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지난 2월 HBM3E 12단 개발에 가장 먼저 성공하고서도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타이틀과 함께 상반기 양산으로 차세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으나, SK하이닉스가 양산 및 공급에 앞서 나가면서 역전극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삼성전자는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HBM(HBM4)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오는 31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둘러싼 회사 측 입장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건부 승인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과거에도 고객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침묵해 왔지만 위기설까지 대두될 만큼 국내외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얘기다.
앞서 대만 현지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HBM 공급사에 포함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HBM 물량이 부족하자 삼성전자의 제품을 임시 수혈한다는 것. 따라서 삼성전자의 제품 출하량은 제한적 수준으로, 정식 공급망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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