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자사주 소각에 “주주환원 아니다” 반발

[CWN 지난 기자]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삼성물산에 1조원대 주주환원안을 요구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15일 삼성물산 공시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헤지펀드의 주주 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펀드 연합에는 시티오브런던과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분 1.46%(237만50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를 주당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제안한 주주환원 규모만 총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의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을 초과하는 규모다.
앞서 삼성물산은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펀드 연합의 요구안이면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에 비해 각각 76.5%, 75.0% 증액해야 한다. 또한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 시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예고했다.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니라고 봤다.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150% 이기에 이를 대체하는 현금 활용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자기주식 소각은 유통 주식에 대한 실질적 가치 상승이 발생하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많은 국내 지주사들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단기간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1조원이 넘는 주주환원안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적인 제안은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시티오브런던은 1% 이상의 주주 제안 요건을 위해 다른 펀드와 힘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의 경우, 삼성물산이 실질적인 지주사라며 수익 지향적인 자본 배분 체계 도입과 공정한 주주환원을 요구했다.
CWN 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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