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측 “고쳐나가야”…업계 관계자들 “방안 필요” 한목소리
“불공정 조항도 문제지만 시장침체 등이 직접적 원인”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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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
[CWN 최한결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인한 건설업계 위기의 원인이 사업 약정서에 통용되는 책임준공약정 등 불공정 조항 때문이라는 전문집단 분석과 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먼저 해당 분석에 동조는 하면서도 대내외적인 상황 악화 등도 한몫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부동산 PF 약정의 공정성 제고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보고서를 통해 PF 약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약정서, 대출계약서, 공사도급 계약서 등 주요 약정서에 중첩적으로 규정된 △책임준공 △채무인수(또는 연대보증) △공사비 조정 불인정 △대물변제(책임분양) △유치권 포기 등 조항이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부터 대두된 시공사들의 부실 위험을 높였다고 적시했다.
책임준공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용되는 주요 약정서에 중첩적으로 규정돼 있는 조항 중 하나다. 채무인수와 공사비 조정 불인정, 대물변제, 유치권 포기 등의 조항과 함께 시공사들의 부실위험은 가중되는 상황에서 2년 전 하반기 이후 급격히 나빠진 사업여건과 맞물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시행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건설사는 자기 자금을 투입해 정해진 기간 내 준공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단 하루라도 준공 기간이 경과될 경우 시행사와 함께 PF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건산연은 지적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기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건설사의 대량 도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산연 측은 “부동산 PF 위기가 발생한 내막을 봤을 때 부동산 시장 내 불공정 계약 같은 위험요소들이 잠재돼 있으니 ‘이런 것들을 고쳐나가자’는 취지로 해당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반응을 전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CWN에 “부동산 PF를 비롯해 전반적인 건설사업이 시공사가 리스크를 과도하게 짊어지는 구조가 오랫동안 문제였으나 별다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사업자 간 분쟁을 줄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화건설 관계자도 “근래와 같이 공사비가 급등하고 고금리에 따른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채무 인수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대부분 시공사에 전가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개선과 규제가 필요하며, 시행·시공·금융 협업을 통해 수익 및 위험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물론 ‘불공정 계약’이 문제이긴 하나 대내외적인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실제 공사는 시공사가 하는데 돈을 버는 건 시행사다. 그 가운데서 채권단과 신탁사가 돈을 버는 행태가 굳어졌다”며 “그럼에도 리스크가 크게 없었기 때문에 책임준공을 받아들였지만 요즘처럼 공사비 급등 등 악재가 있는 상황에서는 건설사들만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불공정한 계약 조항이 PF 위기를 키운 것 같냐’는 기자의 질의에는 “직접적인 원인은 시장침체”라며 “(건설·부동산)시장도 안 좋은데 리스크까지 짊어지면서 공사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는 시공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CWN 최한결 기자
hanbest0615@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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