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삼익맨숀 등 재건축 단지 유찰끝 수의계약이 대세
전문가 “강남·여의도 외 지역 재건축 시장 더 위축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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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
[CWN 최한결 기자]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인한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이 고착화될 조짐이다. 심지어 알짜 재건축·재개발 단지마저 잇단 유찰로 수의계약이 대세로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상황이 속출하고 착공 시점이 연기될 경우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지역의 알짜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유찰 끝에 결국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들의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5242억원)보다 약 12% 감소했다. 재작년(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약 40% 가량 줄었다.
가락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해 다음달 15일 입찰을 마감한다.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두 차례 유찰 끝에 결국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차례 모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입찰할 뜻을 밝혀 유찰된 바 있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CWN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면 두 번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에 의해 시공자를 선정할 수가 있다. 경쟁입찰이기 때문에 두 곳 이상의 제안서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곳은 내질 않았고 현대건설만 제안서를 내 두 차례 유찰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우선 협상대상자 공고를 냈다. 기한은 오는 15일까지”라며 “이렇게만 되면 총회를 거쳐 조합원 투표에 의해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만 입찰에 참가하면 유찰된다. 또한 2회 이상 유찰되는 경우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이에 따라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시공권은 현대건설이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락삼익맨숀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0층, 16개 동, 1531가구로 탈바꿈한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2차와 신반포 27차도 경쟁 입찰이 불발되면서 시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신반포 12차는 오는 18일까지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입찰 참여를 받는다. 롯데건설이 신반포 12차 시공권에 대한 수주 의지가 강하다. 앞서 진행된 시공사 입찰 의사를 보인 유일한 건설사이기도 해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한강변 주변에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 단지를 적용해 우수한 르엘 단지 적용 사례가 많다”며 “서울 반포부터 청담, 잠실까지 최근 들어 단지들이 새로 조성된 만큼 신반포 12차도 최상의 조건으로 수주해 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반포 27차는 오는 22일까지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달 5일 개최한 2차 현장설명회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확약서를 냈다. SK에코플랜트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이곳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신반포 27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입찰 제안서를 제시하면 내용을 보고 우선협상자로 지정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작구 노량진·대방동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은 포스코이앤씨를 대상으로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노량진1구역은 2992가구로 재개발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마감한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만 유일하게 참여했다.
노량진1구역 조합 관계자는 “오는 27일에 총회가 열릴 예정인데 거기서 과반 이상이 나오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조건이 조합 측과 부합하냐는 기자의 질의에는 “만족할 만하다”고 답했다.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보듯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이 도드라지는 가장 큰 요인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공사비가 급등해서 조합이 제시하는 공사비가 건설사들의 요구에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별 수주 방침이 더욱 강해지는 추세”라며 “일례로 지방에서도 이제는 3.3제곱미터당(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이 넘어가는데 조합에서는 700~800만원을 부르니 당연히 적자가 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압구정이나 여의도 지역은 광고효과가 있으니까 건설사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외 지역, 특히 지방 같은 곳은 그런 ‘후광’이 없으니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WN 최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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