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현지 투자 지속 방침
LS그룹의 저력은 위기 속에서 빛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2022년 사상 최대 실적(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2년(2022~2023)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했다. 뿐만 아니다. '비전 2030' 청사진을 토대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시작하며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오는 2030년까지 그룹 자산을 5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게 LS그룹의 계획이다. 구자은 회장은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긍정적 생각, 강한 실행력, 흔들림 없는 뚝심을 강조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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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9월 27일 안양 LS타워에서 개최된 'LS Future Day'에 참석해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전력 산업이기에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다"며 AI 시대 그룹의 미래 성장 비전을 공유했다. 사진=LS |
LS그룹의 주력 사업은 전선·전기·전력이다.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은 해저·초전도·초고압·통신 케이블을 공급하는 세계 전선 업계 3위 기업이고, LS일렉트릭은 송전·변전·배전에 이르는 전력의 모든 이동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양사의 전선 및 전력기기 생산에 필요한 구리는 LS MnM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여기에 국내 최초의 전선 회사로 국내 케이블 유통시장 1위를 점하는 가온전선도 LS전선이 과반(62.93%) 지분을 확보한 자회사다. ㈜LS와 E1이 공동 설립한 LS이링크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에너지 인프라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를 이끌 '미래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그룹 목표를 뒷받침했다.
전망은 밝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이 전 세계적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AI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AIDC)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6배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AI 시대 전환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생성형 AI를 구현하기 위한 신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은 끝없는 전력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오는 2027년 AIDC의 필요 전력이 연간 50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다.
구자은 회장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가 전력인 만큼 LS의 강점이 발휘될 '때'라고 판단했다. 구 회장은 "'LS파트너십(LSpartnership)'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끌며 성장해 온 LS는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25개국 100여 곳에 생산·판매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도약했다"면서 "그룹의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초전도 케이블,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부품 등 에너지 효율 기술을 발굴·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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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이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고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의 공장 조감도. 사진=LS전선 |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을 앞세워 AIDC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2019년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초전도 케이블은 변전소·변압기 없이도 전력 공급 증대가 가능하다. 여기에 LS일렉트릭의 초전도 전류제한기를 결합한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시스템이 '하이퍼그리드 NX(HyperGrid NX)'다. 초전도 전류제한기는 전력계통 사고 시 발생하는 고장전류를 즉각적으로 줄여 전력설비 손상과 전기적 화재, 정전 확산을 예방한다. 양사 기술이 결합된 하이퍼그리드 NX는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안전성을 겸비한 최적의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 개최를 앞두고 인간안보와 스마트시티 2개 부문 혁신상에 하이퍼그리드 NX를 선정했다.
LS전선의 또 다른 무기는 해저 케이블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거리 전력망과 해상풍력단지 건설 사업 확대로 초고압직류(HVDC) 케이블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공급사는 LS전선을 포함한 6개 업체에 불과하다. LS전선은 이를 기회로 삼고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 보수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으로 사업적 포트폴리오 완성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게 목표다. 다른 자회사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C·Ultra Capacitor)를 통해 전력 수요 급증과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의 안정화를 지원하는 한편 전기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소재 공급에 집중할 방침이다.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점도 LS에겐 호재다. 변압기와 송전선 수명은 통상 25~30년으로 보는데, 미국 전력망 70% 이상이 1960~1970년대에 구축돼 운영 한계에 다달았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5년 내 노후된 16만㎞의 송전선 교체를 발표했고, 에너지부에서도 최근 15억달러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의 수혜를 점친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산업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에 해저 케이블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약 1조원을 투입한다. 공장 가동 3년 만인 2030년엔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미국 최대 해저 케이블 공급사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미국 안전인증기구 UL로부터 알루미늄 지중(URD) 케이블의 인증을 획득하며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알루미늄에 고관세를 부과해 중국 외 국가의 알루미늄 도체 URD 케이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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