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쇄신 통한 조직 정비, 사업 드라이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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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미래사업기획단장)을 위촉했다.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위촉하는 원포인트 인사로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그간 DS부문장을 맡아온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겨 초대 단장을 지낸 전 부회장의 바통을 잇게 됐다. 두 경영진의 맞트레이드인 셈이다.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는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분위기 쇄신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하지만 해석은 분분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다 고전해온 반도체 사업이 이제 막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수장 교체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높았다. 삼성전자가 2011년 DS부문을 신설한 이후 정기 인사가 아닌 원포인트로 수장을 교체한 것은 2017년 당시 권오현 부회장의 용퇴와 김기남 사장 발탁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 사실상 세대 교체였다. 이번엔 반대다. 전 부회장이 경 사장보다 3살 많다.
이를 두고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승부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통한 전열 정비, 전문가 투입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를 노렸다는 얘기다. 그만큼 전 부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삼성SDI 대표이사(사장)와 이사회 의장(부회장),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등 핵심 보직과 CEO까지 오른 실력파 리더다.
특히 내부에선 '기술통'으로 불릴 만큼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환경 속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전 부회장을 낙점한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현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업황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에서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줬다는 점이 뼈아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38%)는 SK하이닉스(53%)에 15%p 뒤쳐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다시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6년 앞으로 다가온 시스템 분야 1위 비전 달성에 고삐를 더욱 당겨야 한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11.3%)와 TSMC(61.2%) 간 격차가 50% 가까이 벌어졌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한발 앞서 도입한 GAA(Gate All Around)를 통해 3㎚ 이하 선단 공정에서 경쟁사를 따돌릴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인사 발표 이후 곧바로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회사 측 각오도 엿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DS부문이 부회장급 조직으로 격상하며 DX부문과 균형을 맞췄다. 권한이 확대된 만큼 기존보다 사업과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갑작스런 수장 교체가 경 사장의 경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HBM 수요에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부 주주들의 불만을 샀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왔다는데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아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라고 설명했다. 내부에선 용퇴에 무게를 둔다. 경 사장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사의를 밝혔다는 것이다.
경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신임 DS부문장으로 위촉된 전 부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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