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보급과 함께 스마트 스피커를 설치한 가정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스마트 스피커가 음성비서를 통해 날씨와 일정 알림, 간단한 정보 검색, 가정 보안을 넘어 아동 학습까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혹시 미취학 아동의 학습을 위해 음성비서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국제 학술지 ‘아동기 질병 아카이브(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게재된 최신 연구 논문을 인용, 음성비서가 아동의 사회 발달과 인지 발달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안몰 아로라(Anmol Arora) 박사는 “음성비서의 장기적인 영향 중에는 부적절한 반응과 사회 발달 지연, 학습 능력 저하 등이 포함되었다”라며, 아동의 공감 능력과 협동심, 비판적 사고 능력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로라 박사는 아동이 음성비서의 말을 자주 듣게 된다면, 단어와 음성을 결합해 문장을 완성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성비서가 특정 유형의 질문에 제시할 수 있는 답변 유형이 한정적인 탓이다. 이에, 아로라 박사는 아동이 음성비서의 음성을 장시간 듣게 된다면, 매우 협소한 형태의 질문과 답변, 어휘력만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억양 차이 인식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로라 박사는 “아동의 연령이 낮을수록 특정 단어의 발음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할 확률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아로라 박사의 연구와는 별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동의 뇌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아담 미크로시(Ádám Miklósi) 박사는 전자 기기 제조사가 아동 발달 과정에서 전자 기기가 미치는 악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미크로시 박사는 “스마트 기기가 아동 발달과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이유는 개발자가 인간의 상호작용이나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탓”이라며, 아동의 기기 사용 사례를 연구한 뒤 기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나다 리서치센터(Canada Research Center)에서 아동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사례 및 기기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캐롤라인 피츠패트릭(Caroline Fitzpatrick) 박사는 “아동이 풍부한 어휘력과 문맥을 접하면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도 “간혹 지나치게 내성적이어서 또래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어휘력 향상과 기본 예절, 사회적 능력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부모의 지도에 따라 제한적인 범위에서 음성비서와 대화한다면, 건전한 상호작용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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