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 구조 변화, 지역 우수인재 유치를 통한 지역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3년부터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는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글로컬(Glocal)대학'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글로컬대학30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되는데, 지역특성을 감안한 구조조정 성격의 대학교 통폐합, 학과 혹은 전공의 경계의 파괴, 아르바이트 가능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온라인 교육의 상용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글로컬 대학정책은 사이버대학교에 상당한 위기감을 주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 대학은 전통적인 20대 대학생을 넘어 직장인 및 이모작 인생을 준비하는 학생 유치를 위해 낮 시간에 만 진행되던 수업 시간을 학생 맞춤형으로 전환하여 야간과 주말 집중반을 구성, 운영해왔다. 그리고 저소득 대학생들을 위한 국가장학금을 어르신으로까지 확대하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수업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바로 그동안 사이버대학교에서 유입해왔던 대상의 학생들과 겹치는 부분이다.
특히 글로컬대학30의 정책 중 온라인 교육의 상용화는 사이버대학교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간 호황을 누리던 사이버대학교는 시스템의 노후화, 학생 수의 절감, 대안교육으로서의 온라인 교육의 정체성 부족 등으로 사이버대학교에 큰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이버대학교의 정체성은 온라인교육에 있었다. 그런데, 오프라인 대학교에서도 온라인 교육이 상용화되면서, 온라인교육은 사이버대학교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사이버대학교는 대학교육기관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이버대학교는 오프라인 대학교에서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미래의 직업군을 창출하는 학과와 그에 따른 자격증 개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미래사회의 욕구를 먼저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자격증(민간, 공인, 해외 자격증 등)이 무엇인지 선택하고, 이러한 자격증들이 유사하게 엮일 수 있는 과목들을 묶어 트랙이나 학과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에 따른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는 직업군을 검토하여 개설하는 등 신규 학과 개설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사이버대학교 석사 및 박사과정 학위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형태의 철학박사학위(Ph.D)나 연구자 양성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학위명에서부터 학위과정, 개설과목 및 수업방식도 사이버대학교 정체성에 맞는 형식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석박사 과정의 기본은 전문성을 갖춘 학문적 성과와 현장성과의 연계성, 그리고 융합적 네크워크에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온·오프라인 비교과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고, 국제자격증, 해외 대학교와의 공동 석·박사학위, 기업체 맞춤 학위 등을 개발하여야 오프라인 대학원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게 될 것이다.
셋째, 고도화된 온라인 교육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사이버대학교의 교육방식은 강의를 일방적으로 송출하고 학생들은 수강하며, 시험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오프라인 대학교에서도 진행 중이다. 사이버대학교에서는 이보다 훨씬 진보된 고도화된 온라인 교육방식이 요구된다. AI를 활용한 수준 맞춤형 학습,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업, 개인 진로설계형 커리큘럼 구성, 오감을 확장시키는 콘텐츠, 외국 학생들과 바로바로 소통하는 자동 통번역 시스템, 본인을 증명하는 평가 시스템 등 지금까지의 사이버대학교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른 교육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전문성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교육대상을 차별화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은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통번역 기술발달은 사이버대학교의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 있는 현지 기업들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OJT)이나,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로 취업하기 전 직무관련 자격증이수 희망자들도 교육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국외대상 학생들로 넓혀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대상 수업 운영 시스템 및 결재 시스템, 학습 지원 시스템 등이 추가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생들에 대한 고급화된 온라인 비교과 교육 서비스가 중요하다. 학생들에 대한 욕구와 필요를 분석하고, 취업, 창업, 자격증 취득에 초점을 둔 교과과정 운영과 교육서비스, 진로 서비스, 학업 중의 일자리 연계 서비스, 장학제도, 다양한 시험 및 평가 시스템, 상담 서비스의 도입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이미 자격증 관리 센터, 취·창업 지원 센터, 진로 동아리 지원 등을 통해 그들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조직의 설치를 넘어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교육기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여섯째, 사이버대학교 간에 경쟁이 아닌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학과가 잘 된다 싶으면 동종의 학과를 개설해 결국은 후발 대학의 학과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거나 파이를 나눠먹는 수준의 성과만 얻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사이버대학교에 잘 되는 학과가 있다면 이미 다른 학교에서 개설하기에 늦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른 사이버대학교에서 하지 않는 블루오션의 학과와 전공을 찾아서 개설하는 것이 그 사이버대학교의 기획전략 담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온라인 대학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사이버대학교에 편의점식 비슷비슷한 학과를 설치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변화하는 온라인 교육 시장에 각 대학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역량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운영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 대학교의 역량평가를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다양한 운영모델에 적합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사이버대학교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함으로써 학교 특성에 적합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운영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한 사이버대학교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실천 방안 위에 사이버대학교는 그 운영에 있어 민주화, 전문화, 투명성, 효율성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익구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만 신경을 쓰다 보면 경상비 감축부터 손대기 시작한다. 경상비는 주로 인건비나 콘텐츠 제작, 온라인시스템 운영에 소용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수익구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조금만 지나면 학생들의 불만족과 대외신인도, 방화벽 허술에 의한 불법정보 유출 등에 치명적이어서 오히려 수익구조에는 적신호가 된다. 만약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익구조에 신경을 쓴다면 경상비 감소보다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신규 학과를 개설하거나 교육 편제를 개편해서 수입 규모를 늘리는 구조가 더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있는 다양한 전문적 교수과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소통문화가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버대학교는 적은 인력으로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독단적인 운영이 효율적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학교가 갖는 교육철학과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성공하려면, 미래사회, 학생, 교수 및 직원들의 욕구를 먼저 파악하고, 더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균형 잡힌 판단과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를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받고 싶은 교육을 받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버대의 본래의 설립 목적과 취지도 잘 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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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논설위원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전) 여성가족부 소관 농어촌육성재단 이사장
<자원봉사론> 3판 저자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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