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SK하이닉스 퇴사 후 심리건강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
최인근, SK E&S 북미사업 총괄조직 '패스키' 근무…글로벌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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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세 자녀 윤정, 민정, 인근 씨. 사진=SK |
[CWN 소미연 기자] SK그룹의 경영 전략 핵심은 '따로 또 같이'다. 각 계열사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고 독립경영을 보장하되 그룹 차원의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주요 사업 또는 신규 사업 추진에는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방식이다. 지주사가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고 집단지성을 활용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여기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최고 의사협의기구가 SUPEX(수펙스)추구협의회다. 수펙스는 초일류를 뜻하는 'Super Excellent Level'의 줄임말로,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를 말한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직접 지은 단어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은 SK그룹만의 독자적인 기업 문화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의 고유 문화인 '따로 또 같이'는 오너 3세들의 경영 수업에도 반영된 모양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윤정, 차녀 민정, 장남 인근 씨의 최근 행보와 닮았다는 평가다. 세 사람은 바이오,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 그룹 미래 사업의 지표가 되는 핵심 계열사에서 역량을 키워왔다. 각자 독립된 영역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지만, 그룹 승계에서 합의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의 구상은 끝났다. 그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진행된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을 이끌 것인가. 그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만의 계획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승계 기회를 열어놨다. 그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주주로서 베니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운 선택"이라며 자녀들의 삶과 선택을 존중해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이사회 동의'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세 자녀의 성과 경쟁이 그룹 최대 관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장녀 윤정 씨가 몸담고 있는 곳은 SK바이오팜이다. 2017년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를 지낸 그는 바이오 산업 전문가로 한층 더 도약했다. 복직은 2021년 7월 결정했다. 입사 6년 만인 2023년엔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해 1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으로 선임된데 이어 12월 사업개발본부장으로 다시 한 번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1989년생) 임원에 올랐다.
윤정 씨가 이끌고 있는 사업개발본부는 산하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한 부서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 공로를 인정받아 기존 전략투자팀에 사업개발팀까지 운영을 책임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3'에 참석해 SK바이오팜 부스를 챙기기도 했다. 당시 최 회장이 부스를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차녀 민정 씨는 재벌가 자제로선 보기 어려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휴직한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미국에서 스타트업 '인티그럴 헬스(lntegrai Health)'를 창업해 스스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특히 이 같은 소식은 그룹에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을 정도로 독자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부친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을 불렀다. 인티그럴 헬스는 미국 헬스케어 기관, 건강보험 회사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들의 심리 건강을 관리해주는 업체로 알려졌다.
앞서 민정 씨는 자원 입대로 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해군 장교로 임관, 소위를 거쳐 2017년 11월 중위로 전역했다. 제대 후엔 중국 상위 10위권에 꼽히는 투자회사 '홍이투자'에 입사했다. SK하이닉스에는 2019년 입사했다. 국제통상과 정책대응 전문 조직인 인트라(INTRA) 소속으로 미국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일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국 법인 전략파트로 옮겨 인수합병(M&A)과 투자업무를 맡았다. 2022년 휴직한 뒤로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원격의료 스타트업 던(Done)에서 무보수 자문역으로 근무했다.
장남 인근 씨는 SK E&S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투자회사 '패스키(PassKey)'에서 근무 중이다.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쳐 2020년 9월 SK E&S 서울 본사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2년 만에 패스키로 자리를 옮긴 것은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사업 영역을 경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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