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소비자의 전자 기기 자가 수리 권리를 주장하는 이른바 ‘수리권’이 화두가 되었다. 그동안 애플은 사설 수리업체에서 수리한 제품의 품질 보증이 무효하다고 강조하면서 사실상 소비자의 자가 수리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수리권 옹호 세력은 애플이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수리 권한을 제한한다고 비판하며, 제품 설계도와 여분 부품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소비자 사이에서 수리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미 의회에서도 수리권 관련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12 시리즈와 아이폰13 시리즈 제품의 정품 부품 제공과 함께 자가 수리 지원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8월 23일(현지 시각), 애플이 M1 버전 맥북의 자가 수리 프로그램 지원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미국 온라인 Ars테크니카는 전자기기 자가 수리 웹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 측의 주장을 인용, 애플이 소비자 자가 수리를 향해 나아갈 길이 멀다는 견해를 보도했다.
아이픽스잇은 애플이 맥북프로 13인치 모델과 14인치 모델, 16인치 모델의 자가 수리 매뉴얼에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 수리를 원한다면, 상단과 하단 케이스, 배터리 관리 유닛, 플렉스 케이블(flex cable), 트랙패드, 벤트/안테나 모듈(vent/antenna module), 마더보드, 디스플레이 힌지 커버 등을 모두 제거하면서 다른 부품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배터리는 상단 케이스의 일부분에 포함되었다”라고 명시하며, 상단 케이스를 분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 부분에서 아이픽스잇은 애플이 제공하는 자가 수리 매뉴얼이 사용자 친화성을 전혀 갖추지 않았으며, 과도한 수리 과정을 지시한다고 지적했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ThinkPad X1 Carbon), HP Zbook Fury G8 등 다수 경쟁사 제품이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 교체 과정을 짧고 간단한 작업으로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과 대비된다.
아이픽스잇 콘텐츠 관리자 샘 골드하트(Sam Goldheart)는 “애플의 자가 수리 매뉴얼은 162페이지로 구성되었으며, 불필요한 설명이 지나치게 많다. 게다가 자가 수리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애플이 추천하는 툴을 50달러 안팎에 추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면서 14일 이내로 자가 수리를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라며, 애플의 자가 수리 매뉴얼이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또, 아이픽스잇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삼성 갤럭시 S21을 예시로 언급하며, 애플 이외에 다른 기업도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사용자에게 다른 부품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등 과도한 수리를 유도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보다 애플의 자가 수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아이픽스잇 지속가능성 총괄 엘리자베스 챔벌린(Elizabeth Chamberlain)은 “애플의 키보드, 상단 케이스 교체 안내는 삼성 디스플레이 조립보다 더 어려운 수리 과정을 따르도록 지시한다. 실제로 불필요한 부품까지 분해하고, 제 기능을 하는 부품도 교체하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한동안 수리권 보장 문제로 비판을 받은 뒤 자가 수리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애플 스토어가 일부 부품 구매가 어렵도록 하면서 자가 수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챔벌린 총괄은 “애플이 실제 하드웨어의 수명이 끝나기 전, 부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등 제품 수리에 필요한 부품 구매가 어려워지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픽스잇을 찾은 고객 중 부품이 부족해 2012년에 출시된 맥북프로 수리를 문의한 이들이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Ars테크니카는 애플의 자가 수리 서비스 매장이 수리 가능성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도 제품의 업그레이드 가능성의 취약점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4월, 애플이 자가 수리 서비스 매장에 일부 아이폰 제품 수리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애플이 제품 시리얼 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사설 수리업체를 통한 수리나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직접 수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완벽하게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주일 전부터 자가 수리 프로그램 지원 제품으로 추가된 맥북프로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미국 온라인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익명의 애플 자가 수리 서비스 지원 매장 관계자가 “어떤 부품이든 수리하고자 하는 제품의 초기 구성과 일치하는 부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완벽히 수리를 완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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